
2002년에 스위스 루체른 역에서 만난 오빠..
"여자친구 있으세요?"
"어 있었는데.. 얼마 전 헤어졌어.. 한비야가 쓴 책을 읽더니 홀연 인도로 떠나버렸어.."
아.. 정말 영향력 있는 책인가 보구나. 한번 읽어봐야겠다..생각 했었다.
<지도밖으로 행군하라>는 2005년에 나왔으니 홀연 인도로 떠난 그녀가 읽었던건 책은..
아마도..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였을 것 같긴 하다.
한비야의 경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비유..그리고 가치관...대단히 존경스럽다.
- 책 중에서 -------------------------------------
그렇다면 반군이 10년간 썼던 무기와 탄약과 마약은 도대체 어디서 난 것일까? 답은 바로 다이아몬드다. 반군들은 무력으로 코노지역 등에서 다이아몬드의 소유권과 채굴권을 장악하고, 캐낸 다이아몬드를 라이베리아의 불법 다이아몬드 거래상들에게 팔아 막대한 돈을 벌었다.
이런 마약과광기에 취한 소년병에게 두손을 모두 잘린 당시 열네살이었던 자마엘의 이야기가 압권이다.
"어느날 새벽 한 무리의 군인들이 우리 마을에 쳐들어왔어요. 눈 깜빡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 도망갈 시간도 없었죠. 내 나니 또래 되는 반군들이 총을 들이대면서 우리 마을 남자들을 한 줄로 세워서 나무 등걸 밑으로 끌고 갔어요. 그러고는 한사람한사람 손목을 나무 등걸에 올려놓고는 코코넛 따는 갈로 내리쳤어요. 잘린 손목들에서 솟아나온 피가 나무 등걸 주위에 흥건했어요. 완전히 손목이 잘린 사람들과 반만 잘린 사람들이 땅바닥에 쓰러져서 몸부림치며 울부짖었죠. 내 차례가 왔을 때 나는 속으로 기도했어요. 내 손목이 단칼에 잘려나가게 해달라고."
나는 앞으로 다이아몬드를 볼 때마다, 잘려서 피가 뚝뚝 흐르는 자마엘의 팔목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을 거다. 그 많은 "피 묻은 다이아몬드"는 어디로, 누구한테로 간것일까? 모르긴 몰라도 수십 단계를 거쳐서 가공되고 세공되고 예쁘게 세팅이 되어 세계 도처의 고급 보석상 진열대에 놓여 있을 것이다. 상당부분은 이미 변치 않는 사랑의 징표나 결혼 예물이 되어 누군가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을 것이다. 전 세계 다이아몬드의 5% 남짓이 우리나라에서 팔린다니 한국 사람 손가락도 예외는 아닐 거다.

음... 사랑스런 티파니를 보고 어찌 잘려서 피가 뚝뚝 흐르는 어린아이의 팔목을 생각할 수 있단말인가.. 지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아는 사람만이 올바른 생각과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 중요하다.
하지만, 안다고 해도..그래도 티파니가 좋고..커피를 계속 마시게 되는 걸.. -,.-
누군가 우리들에게 북한이 먹을 것이 없어 곤궁에 쳐했을 때, 사람이 죽어갈 때, 형제인 너희는 무엇을 했는냐고 묻는다면 할말이 있어야 하진 않겠는가.
마치 이쪽에선 힘을 다해 물이 넘친 복도를 청소하는데, 저 복도 끝 수도꼭지에서는 물이 콸콸 나오고 있는 꼴이다. 그 수도꼭지를 잠그고 복도를 한 번만 말끔하게 치우면 일이 끝나지만, 수도를 열어 놓은 힘 센 사람이 잠글 의사가 전혀 없다면 우리의 노력이 무슨 소용이며 이 일은 도대체 언제 끝난단 말인가. 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니 그 근본원인을 막는 것이 백 배, 천 배, 만 배 중요하다. 언젠가는 복도 치우는 일보다는 수도꼭지 잠그는 일이 더 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인생이란 산맥을 따라 걷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떤 산의 정상에 올랐다고 그게 끝은 아니다. 산은 또 다른 산으로 이어지는 것. 그렇게 모인 정상들과 그사이를 잇는 능선들이 바로 인생길인 것이다. 삶을 갈무리 할 나이쯤 되었을 때, 그곳에서 여태껏 넘어온 크고 작은 산들을 돌아보는 기분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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